Linguistics 56

중세 필사본 읽기 가이드 01 - 시대별로 사용된 라틴 필사본 서체

지금처럼 인쇄기가 상용화되기 이전의 중세 유럽에서는 기록을 남길 때 필경사가 직접 손으로 글을 적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 시기에 사용된 양피지는 오늘날의 종이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에 한정된 범위에서만 생산되었다. 비싼 양피지, 필경사의 정성스러운 글씨, 화려한 금박과 일러스트가 더해진 필사본(Manuscript)은 중세 예술을 대표하며, 성경을 비롯한 각종 학술 기록들이 포함되어 학문의 가치를 보존하고 후대에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삽화와 금박까지 화려하게 덧칠되어 있는 경우를 따로 채식필사본이라 부른다.) 특히 이미 멸망한 고대 로마의 고전 문학을 실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중세 수도원 필경사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값이 비싸고 양산하기 어려운 만큼 보존력이 ..

아프리카의 문자 02. 아자미(Ajami) - 아랍 문자의 변형 [1]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언어들 사이에서는 아랍 문자의 영향을 받은 사례들이 많지만, 그걸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니라 표준 아랍어에는 쓰이지 않는 음소를 표기하기 위해 아랍 문자를 변형해서 사용했다. 그것을 아자미(Ajami, عجمي)라고 부르는데, 주로 송가이어, 만데어, 스와할리어, 풀라어, 하우사어와 같은 아프리카의 언어들을 표기하는 용도로 쓰여왔다. Ajami라는 단어는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 라는 뜻의 아랍어에서 유래된 것이며, 이는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집단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야만인'을 뜻하는 βάρβαρος와 비슷한 맥락이라 보면 됨.) 그래서 아자미 문자라는 용어 자체가 아랍인이 아닌 외국인 또는 비(非)아랍권의 문자 체계를 의미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라틴어 중세 삽화 03 - 카노사의 굴욕

중세 시기 성직자 임명권을 둘러싼 황제권과 교황권의 충돌을 결정적으로 보여 준 사건 가운데 하나가 11세기에 벌어진 ‘카노사의 굴욕’이다. 교황 그레고리오 7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를 파문했고, 이에 궁지에 몰린 황제는 1077년 1월 말 토스카나의 여변경백 마틸다가 머물던 카노사 성 앞에 도착해, 맹렬한 추위 속에서 누더기 옷을 입은 채 3일 동안 성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교황에게 중재와 용서를 요청했다. 이후 교황은 황제에 대한 파문을 해제했다. 당시 신성로마 황제의 권력이 막강했음에도 교황권 역시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 준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Rex Rogat abbatem / Mathildim supplicat atque"왕(Rex)이 수도원장(Abbas)에게 간청하다...

서아프리카 언어 저널(JWAL)에서 자료 찾아서 받는 방법

서아프리카 중심의 언어들을 집중적으로 고찰해보고 싶다면, 이를 참고할 만한 자료들을 정리해둔 사이트가 있다. 바로 서아프리카 언어 저널(Journal of West African Languages, JWAL)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식 사이트로 들어가 매년마다 공개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논문, 리뷰 등 다양한 자료들을 받아보는 것인데, 무료 공개에 해당되므로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받아서 볼 수 있다. 오늘은 이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보려고 한다. [서아프리카 언어 저널이란] 서아프리카 언어 저널(Journal of West African Languages, JWAL)은 서아프리카 언어를 중심으로 다루는 동료 평가 학술지로, 서아프리카 언어학회(WALS)에서 공식적으로 발간한다. 1964년 창간 이후 ..

라틴어 중세 삽화 02 - 아틸라의 즉위를 묘사한 헝가리 연대기

(우측 상단 빨간색 강조 글씨 참고, 해당 페이지의 전체 내용은 생략하겠음.) De electione atyle regis hungarorum et de victoria eiusdem monarchiali 헝가리인들의 왕 아틸라의 선출에 관하여, 그리고 바로 그의 군주적인 승리에 관해 Anno ab incarnatione Domini quadringentesimo primo, ab ingressu vero Hungarorum in Pannoniam anno XXVIII-o Hungari sive Huni concordi voluntate Atylam filium Bendekus consuetudine Romanorum super se regem prefecerunt qui primo unus de ca..

라틴어 중세 삽화 01 - 인육을 섭취하는 몽골인의 묘사

[문장]Nephandi Tartari vel tattari humanis carnibus uescentes."인육을 먹는, (차마 말할 수 없이) 흉악한 타타르인들" Equi tattarorum qui sunt rapacissimi cum desunt uberiora pabula frondibus et foliis necnon et corticibus arborum sunt contenti."매우 맹위를 떨치는 타타르인들의 말들은 더 풍부한 여물이 없을 때엔 나무의 잎사귀 달린 가지나 잎은 물론, 나무껍질로도 만족한다." Nephandi(nefandi) : 사악한 것들(nefando의 복수형)Tartari : Tartarus(그리스 신화 속 지옥)의 복수 주격, 여기서는 타타르인들(몽골인들)로 해석car..

영국 찰스 1세 국왕 사형 집행 영장

17세기 잉글랜드 내전에서 의회파가 승리함에 따라 국왕 찰스 1세(찰스 스튜어트)는 반역죄로 기소되어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위 문서는 1649년 1월 30일 (그레고리력) 잉글랜드 왕 찰스 1세의 공개 처형(화이트홀 앞 광장에서)을 명령하는 공식 사형 집행 영장이다. 하단부에는 재판장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 헨리 아이어턴(Henry Ireton) 등 당시 의회파 지도자와 군 장교들이 서명했다. [한국어]1648년 1월 29일, 잉글랜드 왕 찰스 스튜어트를 심판하고 판결하기 위한 고등법원에서: 찰스 스튜어트, 잉글랜드의 왕은 이미 반역죄와 기타 중대한 범죄로 유죄 판결과 선고를 받았으며, 지난 토요일 이 법정은 그의 머리를 몸에서 베어내어..

Linguistics/English 2025.12.08

스와힐리어 속담 01. 펨바의 아랍인은 터번으로 서로를 알아본다

[속담]Waarabu wa Pemba hujuana kwa vilemba."펨바의 아랍인들은 서로를 터번으로 알아본다." [문법 분석]Wa-arabu wa Pemba hu-ju-a-na kwa vi-lemba Wa-arabu : 아랍에서 유래한 명사 Arabu에 복수 접두사가 붙어 명사 부류 중 2부류(Wa- "사람 등 복수형")를 붙이게 된다.wa : “~의”를 의미하는 2부류의 연결사. 명사 부류 일치(Concord) 및 소유격 연결을 담당.Pemba : 펨바(지명 고유명사)hujuana : 서로 알아본다vi-lemba : "터번"을 의미하는 kilemba의 복수형이기에 명사 부류 중 8부류(vi- "사물 등 복수형")을 붙이게 됨.[설명]펨바의 아랍인들은 남들이 보기엔 다 비슷해도, 터번만 봐도 서..

Linguistics/Bantu 2025.12.07

쯔놈 글자 05. 「𣩂」 (chết/giết) - '죽다' 또는 '죽이다'

[의미]chết - 죽다, 사망하다giết - 죽이다 [부수 등 정보]부수 : 歹총획수 : 13유니코드 : 扩展B U+23A42「𣩂」(chết 또는 giết)은 折(chiết)의 발음과 死("죽다")의 의미를 결합한 형성자다. chết("죽다, 사망하다")은 비엣조어 *k-ceːt로 재구되며, 오스트로아시아조어로 가서는*kceːt으로 표현된다. 접사 형태를 통해 giết("죽이다")와 쌍형어(doublet) 관계에 있다. giết("죽이다")는 비엣조어의 *k-ə-ceːt에서 유래되었고, 앞서 언급한 *k-ceːt("죽다")의 사역형이다. 현대 베트남어의 chết이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단어]㹥𣩂 (chó chết) : 젠장, 제기랄, 망할, 개자식, 망할놈 (구어체 욕설)𣩂𨅸 (chết ..

아프리카 만다라 산맥에서 다언어를 다채롭게 습득하는 산악인들

만다라(Mandara) 산맥은 현 서아프리카의 카메룬-나이지리아 국경 북부에 걸쳐 있는 화산 지대를 말하며, 이 산악지대에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언어와 토속 종교가 교차하는 공동체가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주로 차드어파에 속하는 언어들이 속하며, 모푸족(Mofu)과 키르디족(Kirdi)과 같은 민족 집단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0여 개가 넘는 민족 집단이 거주하는 현 카메룬의 언어 지도만 봐도 광활한 언어로 구성되어 있듯이 만다라 산맥을 기준으로만 봐도 여러 산악 거주민들의 공동체들 사이에서 언어의 다양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산악지대 마을에서는 차드어파의 중앙어군에 속하는 25개 가량의 언어들이 서로 다르지만,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좁은 지리적 공간 내에서 공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