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언어들 사이에서는 아랍 문자의 영향을 받은 사례들이 많지만, 그걸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니라 표준 아랍어에는 쓰이지 않는 음소를 표기하기 위해 아랍 문자를 변형해서 사용했다. 그것을 아자미(Ajami, عجمي)라고 부르는데, 주로 송가이어, 만데어, 스와할리어, 풀라어, 하우사어와 같은 아프리카의 언어들을 표기하는 용도로 쓰여왔다.
Ajami라는 단어는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 라는 뜻의 아랍어에서 유래된 것이며, 이는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집단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야만인'을 뜻하는 βάρβαρος와 비슷한 맥락이라 보면 됨.) 그래서 아자미 문자라는 용어 자체가 아랍인이 아닌 외국인 또는 비(非)아랍권의 문자 체계를 의미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아랍 문자를 차용했지만, 아랍어가 아닌 언어를 표기하는 방식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지게 되었다.
아자미 문자는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사용하는 비(非)아랍어를 표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랍 문자를 차용한 페르시아 문자, 자위 문자, 페곤 문자 등은 이 용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아자미 문자는 아프리카 대륙의 지역/문화권마다 사용하는 방식이 상이하고, 정서법도 차이점이 존재한다. 서아프리카의 경우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인 특징들이 많이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서아프리카의 이슬람이 북아프리카의 말리키(Maliki) 학파를 통해 전래되었기 때문이고, 이 학파는 마그레브(Maghrebi) 문자 체계로 저작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와 다르게 멀리 동떨어져 있는 동아프리카의 코모로어와 스와힐리어는 그러한 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자미의 정서법]


정서법에 관련해서 아자미의 보편적인 특징의 일부를 설명해보도록 한다.
Qāf(ق)는 점 두 개 대신 점 하나(ڧ) 로 적는다 / Fā’(ف)는 점을 위가 아니라 아래(ڢ) 에 찍는다. / Nūn(ن)은 특히 어말형(단어 끝)에서는 점을 생략하여(ں) 쓰는 경우가 많다. / Shaddah(ـّ)(자음 중복 표시)는 w 모양이 아니라 v 모양(ᵛ) 으로 표기된다. / Tashkīl(모음 기호)은 모든 문맥에서 명시적으로 적는다.
일반적이지만 보편적이지는 않은 몇 가지 유사점으로서, 카누리어, 소닝케어, 수수어를 위해 작성된 것과 같은 일부 아자미 표기법들은 이말라(Imala)에 대해 와르시(Warsh) 정서법을 채택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말라는 /aː/ 모음을 /iː/ 쪽으로 전방화(fronting)하는 현상인데, 많은 꾸란 낭송에서 [e] 소리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다. 와르시 정서법은 특정 단어에 대해 아래에 채워진 점이 있는 알리프(대략 ا̩와 같음)를 사용하여 이를 표시했으며, 이는 카누리어와 수수어의 모음에 사용되는 아래첨자 점 기호(subscript dot diacritic)로 차용되었다.
그런데, 어떤 문맥에서는 아랍어의 용법과 아자미 용법에서 사용되는 문자를 구분하는 일이 중요했는데, 에를 들어 세네갈/기니 지역의 월로프어와 풀라어의 아자미에서는 그 문자가 아랍어의 문자값이 아닌 아자미 고유 음가로 읽혀야 함을 나타내기 위해, 일반적인 표기보다 더 작게 찍은 점 세 개를 사용하는 것이 표준적인 관습에 해당되었다. 허나 이 표기는 점의 배치를 바꾸어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방법과 혼동해서는 안되는데, 왜냐하면 이 발음 기호에 쓰이는 점들은 문자를 구별하기 위해 쓰이는 일반적인 점보다 훨씬 작게 찍히며, 기존의 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점이 있는 문자 위에 추가로 찍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특징은 위 사진으로 첨부한 Touré의 윌로프어 자료에서 해당 특징이 잘 나와 있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 참고). 세 개의 일반 크기 점(문자 구별용 점) 을 가진 아랍문자 shīn(ش) 을 확인할 수 있고, 아래쪽 표시 영역에서는 세 번 등장하는 아자미용 발음 기호(작은 점 세 개) 를 볼 수 있다. 이 점들은 항상 문자를 구별하기 위해 쓰이는 점보다 훨씬 작게 찍혀 있으며, 기존에 점이 있는 문자(j ج 위에) 더해져도 그 문자의 기존 점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아자미 문자를 사용하는 아프리카의 각 문화권에서는 자신들의 언어에는 존재하지만, 아랍어에는 없는 음소들을 표현하기 위해 아랍 문자를 창의적으로 확장해왔다고 이해하면 된다. 아랍어에서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모음만 있지만, 아프리카 언어들은 흔히 다섯 개의 모음, 어떤 언어는 일곱 개의 모음을 갖고 있다. 또한 [ŋ]과 [p]와 같은 자음은 아랍어엔 없지만, 많은 아프리카 언어에서는 존재한다.
[서아프리카의 활용 사례]
역사적으로 아프리카 사회에서는 아자미의 초기 발전 형태에 관해선 문서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적어도 아프리카의 여러 언어들이 아자미로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10~12세기로 가야 한다. 이 아자미는 서아프리카 일대에 이슬람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고대 타셸히트어/중세 아마지그어/카누리어/송가이어가 해당 문자를 처음으로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그 뒤를 이어서는 풀풀데어, 하우사어, 월로프어, 요루바어 화자들 사이에서 활용되기 시작한다.
또한 아자미의 가장 오래된 현존 용례는 오늘날 니제르 지역에서 발견된 13세기 무덤 비문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비문들에서는 아랍어로 된 문장 속에 칭호나 이름에 개별 송가이어 단어가 섞여 있는 경우가 흔한데, 아래 예시에서 기울임꼴로 강조된 단어가 바로 그러한 송가이어 단어이다.

[로마자 전사 / 한국어 번역]
Hāđā al-qabr al-wazīr Muħammad Ariyaw ẓammu Kawkaw bin Būbakar
"이곳은 부바카르의 아들로, 칭호가 카우카우인 무함마드 아리야우의 무덤이다."
"Fatima Kayna, bint...
"작은 파티마, ...의 딸"
나일사하라어족에 속하는 카넴부어/카누리어를 사용하는 카넴-보르누 제국의 경우 차드 호수 동쪽을 기반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어 특히 카누리어가 호수 동쪽에서 지배적인 언어로 광범위하게 확산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보르누의 술탄들은 연쇄적인 군사 작전을 시도하여 이슬람을 전파하는데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며, 추후 소코토 칼리프국이 수립되고 하우사어가 광범위한 의사소통 언어로 자리잡은 19세기 초반까지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카넴부어도 마찬가지로 아자미로 쓰여왔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상당수는 당시 보르누 술탄이 살아있던 시기에 작성된 필사본들이 지금까지 전승되어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카치나(Katsina), 비르닌 케비(Birnin Kebbi) 등 여러 도시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고대 카넴부어로 주석이 달린 꾸란 필사본들인데, 마찬가지로 당대 아랍 문자로 활용되었다.

엣 보르누의 수도인 비르니 가자르가무(Birnin Gazargamu)에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꾸란에 대한 주석이 발견된 바가 있는데, 현 학계에서 편의상 MS 3ImI라고 명명된 이 필사본은 구어 주석과 아랍어 주석이 혼합되는 등 매우 복잡한 구조를 띄우고 있으며, 완성된 년도는 이슬람력 1080년(서기 1699년)으로 확인되고 있다. 카누리어의 초기 형태인 고대 카넴부어(또는 Tarjumo)는 오로지 아랍어 번역에 최적화된 용도로 쓰이곤 했으며, 구어체 카넴부어와 카누리어와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풀라어(풀풀데어)의 경우에도 기존 아랍 문자에서 찾아볼 수 없는 o, mb, ɓ, c, p와 같은 음이 있기에 아자미를 통해 창의적인 전략을 많이 썼다. 역사적으로도 많이 쓰여왔는데, 특히 유럽의 식민지화 이전부터 풀라/이슬람 학자이자 소코토 칼리프국의 초대 칼리프였던 우스만 단 포디오(Usman dan Fodio, 1754~1817)와 북부 나이지리아 토후국의 초기 에미르들을 포함한 많은 학자들에 의해 아랍/아자미 문자로 표기되어 왔다.
우스만 단 포디오는 생전에 여러가지 분야의 학술 기록을 저술한 바가 있었고, 특히 118편이 넘는 시를 쓰기도 했는데, 주로 아랍어/풀라어/하우사어로 작성했다. 다만, 이 시기나 지금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풀라어 아자미의 확립된 표준 맞춤법이 부족하다는 점으로, 당시 작가들의 스타일에 따라 아랍 문자를 변형해서 사용하는 방식도 달랐다는 점이다. 또한 200년 전에 쓰인 시의 텍스트들이 획일화된 아자미 표현이 없었던 것도 있고, 구식 표현과 옛 방식의 단어들까지 포함되어 있기에 현대 풀라어 화자들이 내용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한편, 현대에 풀라어를 연구하는 A. Breedveld가 '자비로운 알라(Allah jaafoowo)' 시의 첫 두 연(총 23연 중)의 음역 및 번역 시도를 했는데, 대략 아래와 같다.

Allah ngettaymi tagɗoyam hokki neema
'창조주 알라이시여, 저를 창조하시고 행복을 주셨으니 감사드립니다'
Koo nde ɗuunoymi gedde taccay karaama
'제가 쌓아 온 불순종의 행위들이 선함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Muyɗo suuroowo jaafotooɗo bo ɗunma
'저를 옹호해 주기를 바라오니, 용서하시는 분이 오래도록 지속되소서.'
Allah jaafoowo yaafanam gedde jemma
'자비로운 알라시여, 밤에 제가 지은 불복종의 행위들을 용서하소서.'
Njafoɗaa gedde kuumi bo nder nyalawma
'또한 낮에 저지른 잘못된 행위들도 용서해 주소서.'
Allah laamiiɗo tagɗo’en marɗo laamu
'알라, 모든 피조물의 통치자이시며, 권능을 가지신 분이시여.'
On ceniiɗo mo innde muuɗum salaamu
'당신은 순결한 분이시며, 그 이름은 평화와 구원입니다.'
Kanko torotoomi tornde bo dow dawaamu
'저는 그분께 간구하며, 영원하신 분께 다시 청합니다.'
Allah dumnoy salaatu kam he salaamu
'알라께서 평화와 함께 기도를 계속 이어주시기를 빕니다.'
Dow Muhammad he aalo’en jom karaama
'기적의 주인이신 무함마드와 그의 후손들을 위하여.'

하우사어도 마찬가지로 14세기 이후 말리 성직자/상인들을 통해 이슬람이 대규모로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이슬람 성직자들에 의해 아랍문자로 쓰여왔다. 식민지 이전 시대에 아랍 문자로 작성된 하우사어 기록은 주로 이슬람 문학, 즉 '본질적으로 비(非)이슬람적인' 구전 산문과는 대조되는 운문 형태의 이슬람 문학으로 기술되어 왔다. 또한 일부 역사 연대기, 민담, 공식 및 사적인 서신도 포함된다. 아랍어의 영향이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우사 아자미의 정서법이 발전되었는데, 이는 성공적인 시도에 해당되었으며, 점차 주변화가 되기 시작했다. 하우사 아자미의 정서법 전통은 두 개로 분화되며 발전을 이뤘는데, 그 결과로 와르시(Warsh)와 하프스(Hafs) 라는 정서법 개념으로 각각 발전을 이루게 된다.
풀라어 사례와 같이 하우사어로 구성된 아자미의 황금기는 19세기로 가야 하는데, 이 시기에는 앞서 말한 우스만 단 포디오의 지하드에 의한 영토 확장과 소코토 칼리프국 수립이 발생했었다. 이로 인한 문학 붐과 맞물려 아자미의 황금기가 지속되었고, 그 붐이 꺼진 것은 1930년 영국 식민 당국이 하우사어를 로마자 표기하기로 결정했을 때였다.
하우사의 아자미도 기존 아랍 문자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요소들을 보완한 사례에 해당된다. 아랍어와 달리 하우사어는 기본 모음이 5개에 해당되고, 모음 [i]와 [e]가 구분되어 [i]는 카스라(kasra) 모음기호 ‘◌ِ’로 표시되며, [e]는 하단 점 기호, 즉 이말라(imāla) 표식으로 표시된다. 와르쉬 전통에서는 고대 아랍어의 발음에 기반하여, 특정 환경에서 모음 [a]가 상승되어 앞으로 이동하여, 대략 [e]에 가까운 소리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발음 변화는 와르쉬 꾸란 표기에서 이말라(imāla) 기호 ◌ٜ로 표시된다.
다만, 하우사 아자미(Ajami) 정서법에서는 [o]와 [u]의 구별이 없다. 두 모음은 모두 담마(damma) 모음 기호 ‘◌ُ’로 표기된다. 서아프리카의 일부 언어들, 특히 서부 사헬 지역의 언어들에서는 모음 [o]를 뒤집힌 담마로 구분하여 적기도 하지만, 하우사어에서는 이러한 구별을 하지 않는다. 장모음 [oː]와 [uː]는, 해당 자음 뒤에 와우(wāw)를 덧붙이고 담마를 찍어 ‘ـُو’로 표기하여 나타낸다. 19세기와 20세기 동안 하우사 아자미에서 모음 [o]를 구분하여 적기 위한 새로운 표기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러한 방식은 정착되지 못했다. 하우사어에서 모음 [o]는 거의 항상 장모음 형태([oː])로 실현된다. 단어의 어말 위치에서는, 장모음 [oː]를 장모음 [uː]와 구별하기 위해 알리프(alif)+수쿤(sukun) 조합인 ‘ـُواْ’로 표기한다.
그리고 하우사어에는 경구개화(‘y’ [j] 소리의 2차 조음) 또는 순음화(‘w’ [w] 소리의 2차 조음)가 적용될 수 있는 세 글자가 있다. 이 글자들은 ‘G g / غ’, ‘K k / ک’, ‘Ƙ ƙ / ࢼ’이다. 보코 문자에서는 이들 자음 뒤에 ‘y’ 또는 ‘w’를 덧붙인 이중자(digraph)로 이러한 소리를 표기한다. 반면 아자미에서는 이를 위해 세 점이 추가된 새로운 글자 형태가 만들어졌다. 경구개화와 순음화는 이 독특한 글자들 위에 놓이는 모음기호로 구별되는데, 경구개화는 파타(fatha) ‘◌َ’, 순음화는 담마 ‘◌ُ’를 사용하며, 뒤따라 오는 글자가 'y'인지 'w'인지에 의해서도 구별된다.
[맺음말]

하우사어 아자미로 표기되는 문학이나 시편도 함께 올려보려고 하는데, 이는 분량상 문제로 나중에 따로 다룰 일이 있다면, 관련해서 올려보겠다. 또한 본문에 미처 다루지 못했던 월로프어, 만딩카어, 수수어 등은 이거대로 설명할게 너무 많아서 따로 시리즈화를 해서 올리던지 해보겠다.
동아프리카(스와힐리어)와 현대의 아자미 활용 여부에 대한 예시도 올릴려고 했으나 역시 분량이 더 길어질 것 같아 다음 편에 따로 작성하도록 한다.
[참고]
- Souag, Lameen. "Ajami in West Africa"
- Ngom, Fallou. "Muslims beyond the Arab World: The Odyssey of Ajami and the Muridiyya"
- Dmitry Bondarev , Alessandro Gori, Lameen Souag. "Creating Standards: Interactions with Arabic script in 12 manuscript cultures"
- Dmitry Bondarev , "Old Kanembu and Kanuri in Arabic script: Phonology through the graphic system"
'Linguistics > Other African languag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프리카 만다라 산맥에서 다언어를 다채롭게 습득하는 산악인들 (1) | 2025.12.03 |
|---|---|
| SVO 어순 구조를 가진 아프리카 언어들에 대한 떡밥 (0) | 2025.12.01 |
| 아프리카의 문자 01. 티피나그 문자(Tifinagh) (1) | 2025.11.28 |
| 아프리카 대륙 주요 어족들 지도 (0) | 2025.11.10 |
| 고립어로 분류되는 방기메어와 도곤어파 언어들의 차이점 (0) | 2025.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