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guistics/Indo-European

라틴어 중세 삽화 03 - 카노사의 굴욕

冥人 2025. 12. 15. 21:47

 

중세 시기 성직자 임명권을 둘러싼 황제권과 교황권의 충돌을 결정적으로 보여 준 사건 가운데 하나가 11세기에 벌어진 ‘카노사의 굴욕’이다. 교황 그레고리오 7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를 파문했고, 이에 궁지에 몰린 황제는 1077년 1월 말 토스카나의 여변경백 마틸다가 머물던 카노사 성 앞에 도착해, 맹렬한 추위 속에서 누더기 옷을 입은 채 3일 동안 성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교황에게 중재와 용서를 요청했다. 이후 교황은 황제에 대한 파문을 해제했다. 당시 신성로마 황제의 권력이 막강했음에도 교황권 역시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 준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MS. Vat. Lat. 4922 (Vita Mathildis), fol. 49r (12세기 필사본)

 

Rex Rogat abbatem / Mathildim supplicat atque

"왕(Rex)이 수도원장(Abbas)에게 간청하다. 또한 마틸다(Mathildis)에게도 탄원하다."

 

  • Rex : 왕 (하인리히 4세 황제를 말함) - 주격
  • Rogat : 간청한다, 요청한다 - 3인칭 단수 현재 능동태
  • Abbatem : 수도원장 (클뤼니의 수도원장 위그를 말함) - 대격
  • Mathildim : 마틸다 - 대격
  • Supplicat : 간청한다, 탄원한다 - 3인칭 단수 현재 능동태
  • Atque : 그리고 또한 - 접속사

 

카노사의 굴욕 사건을 상징하는 그 유명한 삽화다. 이 삽화는 'Vita Mathildis(마틸다 전기)'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 전기는 카노사 출신의 수도사 도니조(Donizo)가 토스카나의 여변경백 마틸다(Matilde di Toscana)의 생애를 상세히 다룬 것으로, 그녀의 행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사료로 평가된다. fol. 49r에 실린 삽화를 보면 카노사 성 내부에 세 인물이 묘사되어 있다. 왼쪽에는 클뤼니 수도원장 위그(Hugues)가, 가운데에는 굴욕적이게도 무릎을 꿇고 있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가, 그리고 오른쪽에는 토스카나의 여변경백 마틸다가 앉아 있다. 즉, 교황에게 파문당한 하인리히 4세가 카노사 성에 머물던 마틸다를 찾아와, 교황의 파문 철회를 위한 중재와 도움을 요청하는 의미가 담긴 삽화로 볼 수 있다. 당시 마틸다는 교황 그레고리오 7세의 강력한 후원자로 꼽힐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었다.

 

MS. Vat. Lat. 4922 (Vita Mathildis), fol. 7v. (12세기 필사본)

 

Mathildis lucens, precor hoc cape cara volumen

"찬란한 마틸다여, 부디 사랑스러운 이 책을 받으소서."

 

  • Mathildis : 마틸다여 - 호격
  • lucens : 빛나는, 찬란한 - 현재분사, 호격
  • precor : 부디 - 1인칭 단수 현재
  • hoc : 이(this)
  • cape : 받아라, 잡으라
  • cara : 사랑스러운, 소중한 
  • volumen : 책, 두루마리

토스카나의 마틸다를 묘사한 삽화. 좌측에 있는 도니조가 자신의 책을 가운데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바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마틸다의 권위를 나타내는 시각적 요소들이 잘 반영되어 있다.

 

ThULB Ms. Bos. q.6 Chronicle of Otto of Freising, folio. 79r (12세기 필사본)

 

En fides scisma. fit papa priore manente. De vovet expulsus clerum cum rege furente.

"보라, 신앙에 분열이 일어나는구나. 이전 교황(그레고리오 7세)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쫓겨난 자(대립교황 클레멘스 3세)가 광분하는 왕(하인리히 4세)으로 인해 성직자들이 쫓겨나간다."

 

  • scisma : 분열, 찣겨진
  • fides : 신앙, 믿음
  • papa : 교황
  • priore : 이전의
  • clerum : 성직자(들) - 탈격
  • Expulsus : 쫓겨난, 추방된
  • Furente : 광분하는, 격노하는

 

황제의 굴욕을 나타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황제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카노사의 굴욕 이후 하인리히 4세는 교황에게 합류했던 배신자들을 척결하는 등 다시 황권을 재정비하고 교황 그레고리오 7세를 폐위시키고, 라벤나의 대주교 귀베르토(Guiberto)를 클레멘스 3세 교황으로 임명하게 된다. (새로운 대립교황의 탄생)

 

위 삽화에는 그러한 행적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는 오토 폰 프라이징(Otto von Freising)이 저술한 연대기에 수록된 삽화로, 좌측에는 하인리히 4세와 대립교황으로 임명된 클레멘스 3세(귀베르토)가 나란히 앉아 있고, 우측에는 그레고리오 7세 교황이 황제의 병사에 의해 추방당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