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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로마제국의 사방수리(Quaternionenadler) 문장

사방수리(Quaternionenadler)는 신성로마제국을 상징하는 쌍두수리 문장을 의미한다. 단순하게는 제국수리(Reichsadler)라고도 부르며, 기존에 존재하던 제국 4원조(Quaternionen der Reichsverfassung)와 쌍두수리의 개념을 혼합한 것이다. 일단 신성로마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쌍두수리는 15세기 중반, 지기스문트(Sigismund) 황제의 치세기로 가야 한다. 이 시기부터 제국수리가 본격적으로 신성로마황제의 상징물로 공식문서에 등장했으며, 이때부터 단일 독수리는 '로마인의 왕(Rex Romanorum)', 쌍두수리는 신성로마황제를 상징하는 문장으로 남게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제국 4원조'(Quaternionen der Reichsverfassung, '..

History/H.R.R 2025.12.23

중세 필사본 읽기 가이드 01 - 시대별로 사용된 라틴 필사본 서체

지금처럼 인쇄기가 상용화되기 이전의 중세 유럽에서는 기록을 남길 때 필경사가 직접 손으로 글을 적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 시기에 사용된 양피지는 오늘날의 종이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에 한정된 범위에서만 생산되었다. 비싼 양피지, 필경사의 정성스러운 글씨, 화려한 금박과 일러스트가 더해진 필사본(Manuscript)은 중세 예술을 대표하며, 성경을 비롯한 각종 학술 기록들이 포함되어 학문의 가치를 보존하고 후대에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삽화와 금박까지 화려하게 덧칠되어 있는 경우를 따로 채식필사본이라 부른다.) 특히 이미 멸망한 고대 로마의 고전 문학을 실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중세 수도원 필경사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값이 비싸고 양산하기 어려운 만큼 보존력이 ..

아프리카의 문자 02. 아자미(Ajami) - 아랍 문자의 변형 [1]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언어들 사이에서는 아랍 문자의 영향을 받은 사례들이 많지만, 그걸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니라 표준 아랍어에는 쓰이지 않는 음소를 표기하기 위해 아랍 문자를 변형해서 사용했다. 그것을 아자미(Ajami, عجمي)라고 부르는데, 주로 송가이어, 만데어, 스와할리어, 풀라어, 하우사어와 같은 아프리카의 언어들을 표기하는 용도로 쓰여왔다. Ajami라는 단어는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 라는 뜻의 아랍어에서 유래된 것이며, 이는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집단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야만인'을 뜻하는 βάρβαρος와 비슷한 맥락이라 보면 됨.) 그래서 아자미 문자라는 용어 자체가 아랍인이 아닌 외국인 또는 비(非)아랍권의 문자 체계를 의미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