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guistics/Other African languages

고립어로 분류되는 방기메어와 도곤어파 언어들의 차이점

冥人 2025. 11. 1. 02:55

지금의 서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도곤 고원에는 도곤인들이 7개의 마을을 구성하며 지내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언어들을 니제르콩고어족에 속하는 도곤어파(Dogon languages)라고 불리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가 따로 고립어로 분리된 방기메어(Bangime)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방기메어를 사용하는 방간데족은 그들 스스로를 도곤인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도곤인들은 이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관점의 차이를 보인다. 

 

이들을 일컫는 방간데라는 명칭 자체가 '숨은 사람들(bàŋɡá–ndɛ̀)' 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듯 이들은 다른 도곤 부족들 사이에서도 매우 다른 존재로 인식되고 있으며, 방기메어 역시 이러한 과정 속에서 다른 부족들이 듣지 못하는 변말(Cant)로서의 언어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아무래도 방간데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절벽 지대와 같은 지리적인 영향으로 인해 고립성이 강화되어 독자적인 언어적 특징이 발전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또는 과거 방간데 마을이 노예 상인들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던 것과 관련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방기메어가 다른 도곤어파 언어들과 달리 고립어로 남아있다고 Blench(2005)가 처음으로 해당 학설을 제기했으며, 이후 Jeffrey Heath와 Abbie Hantgan에 의해 방간데 계곡을 둘러싼 절벽이 방간데족에게 언어의 고립과 안전을 제공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추가로 Hantgan과 List는 방기메어 화자들이 자신들의 언어가 다른 도곤어와 상호 이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추가로 방기메어가 도곤어파와의 체계적인 어휘, 음운 대응이 거의 일치하지 않으며, 스와데시 단어 일치율 또한 10% 미만에 해당되는 등 해당 언어가 도곤어파와 친연관계를 보이지 않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도곤어파 내부 언어들이 서로 30~40% 정도의 유사도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도곤어파가 아니더라도 주변 니제르-콩고어족, 만데어파, 송가이어족과 일치하지 않고 있어 고립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물론, 위의 어휘 비교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단모음이나 성조 차이를 제외하고는 도곤어파의 일부 언어들과 비슷하거나 동일한 핵심 어휘들이 존재하지만, 이거는 방기메어가 역사적으로 도곤어파의 언어들과의 접촉을 통해 발생함에 따라 유사해보이는 어휘들이 있을 뿐이지 전반적인 유사도는 낮은 축에 속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방기메어의 기초 어휘 중 도곤어파의 언어들과 유사한 점이 꽤나 보이지만, 이는 단순한 일치라기 보다는 일관된 음운 변화를 겪으며 밀접하게 유사해졌다는 것에 가깝다. 일단 도곤어파에서는 흔하지만, 방기메어에서는 초성이 없는 음절이 흔하지 않은데, 위 사진에 있는 Table 4의 (4a)와 같이 도곤어의 초성 없는 음절이 방기메어에서는 도곤어 단어의 음절을 재배열하여 자음을 앞에 붙인다. (aje -> jea)

 

방기메어에서는 종성을 허용하지 않으며, 도곤 단어의 끝에 오는 비음이 방기메로 넘어오게 되면, 이 비음이 사라지게 되고, 그 대신 앞 모음이 비음화된다. (4b) 예시를 보면 알 수 있음.

 

도곤어에서는 초성으로 [r̃] 같은 공명음이 올 수도 있지만, 방기메는 이런 초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r]이 [g]로 조음 위치와 방식이 바뀌는 것은 이례적인데, 이는 유음(rhotic) 초성이 허용될 수 없다는 사실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음이 연구개 파열음(velar stop)과 교체되는 또 다른 사례가 방기메에서 발견된다. 이처럼 방기메가 도곤의 영향을 받았지만, 자기만의 음운 규칙을 고수하면서 차용어를 재구조화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운론으로 들어가서 도곤 언어들은 방기메와 동일하게 7모음 체계(/i/, /e/, /ɛ/, /a/, /ɔ/, /o/, /u/)로 구성되었지만, 모음 처리 과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도곤 언어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단어 안에서는 같은 ATR(Advanced Tongue Root) 모음끼리만 결합하지만, 방기메어는 단어 내에서, 심지어 같은 음절 내부에서도 [+ATR/긴장된 모음]와 [−ATR/이완된 모음] 모음이 섞여 나온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위에서와 비교 어휘 목록에서 보여주듯이, 도곤어와 유사한 단어라도 방기메어에서는 비조화적인 모음 연쇄를 가지는 반면, 도곤 단어는 조화적인 모음 연쇄를 가진다. 서아프리카의 대부분의 언어에서처럼, Bangime에서도 [ATR] 모음 조화가 활발한 과정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방기메에서는 그렇지 않다. 도곤어에서는 비음 앞을 제외하고는 비조화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모음 체계와 마찬가지로 두 언어는 유사한 자음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 언어의 차이점은 방기메에서 음소인 양순 경구개 접근음(/ɥ/)과 치경구개 마찰음(/ɕ/)이다. 이들은 도곤어파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며, 마찰음 전반은 도곤어에서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 

 

형태론적으로 얘기해본다면, 대부분의 도곤어에서는 단어의 의미나 문법 기능을 접사로 덧붙여 표현하는 전형적인 교착어의 특성을 보이는 반면에 방기메어는 유형론적으로 고립어에 가깝다. 방기메어도 접사 체계가 일부 존재하기는 하나 유일하게 생산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지소사에 가깝다. 또한 명사 부류(Noun class)의 경우에도 도곤어들은 가지고 있지만 (사람/동물/무생물), 방기메어는 가족 관계 명사에서의 [ru-] 접미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명사 부류 개념이 발달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소유 표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도곤어들은 접미사는 풍부한 반면에 접두사의 발견은 드물고, 방기메어는 소유와 한정성을 나타내는 전접어 개념이 있다. 도곤어들은 보통 한정성과 소유를 명사 뒤에 붙는 후접어로 표시하지만, 소유를 나타내기 위해 전접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도곤어의 동사는 복잡한 접사 체계로 시제/상/부정을 표시하지만, 방기메어의 동사는 접사 없이 성조 변화로만 문법을 표현하기도 하고, 어순에도 전자는 후치형, 후자는 전치형으로 차이가 존재한다. 

 

이외에도 설명할 부분이 많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바탕으로 해보면, 도곤어파 언어와 방기메어의 어휘 일치율은 여전히 낮게 책정되어 있고, 형태론이나 통사론적으로도 다른 언어의 성격을 띄우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도곤어파 말고도 송가이어나 풀풀데어, 만데어파 등 주변 언어들로부터 형태/음운적인 차용을 받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쓰기 보다는 그 의미나 문법적인 역할을 반대로 전용(轉用)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설명이 좀 생략된 감이 많지만, 도곤어파와 친연 관계가 없는 수준이라 고립어로 분류되는 방기메어를 쓰는 방간데족 사람들은 그들의 페쇄적인 공동체 내부에 거의 한정된 채로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방간데족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도곤족의 일부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방기메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들을 참고하고 싶다면, Blench (2015), Heath & Hantgan (2018) 등의 자료들을 참고해보도록 한다.